먹는 재미, 보는 재미, 화려한 채소꽃 이야기
먹는 재미, 보는 재미, 화려한 채소꽃 이야기
  • 꽃소리
  • 승인 2020.03.11 14: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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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밭

 

 

                                                                                                                꽃소리(정원디자이너)*

 

 

귀촌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 중 으뜸이 내손으로 직접 길러 먹는 유기농 무 농약 채소일 것이다. 그러나 유기농 무 농약으로 제대로 된 수확물을 얻을 수 있는 채소는 정말 몇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농약을 열심히 공부해 써보기도 했지만, 효과가 확실하지도 않았고 비용 면에서도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결국은 농약 없이도 성장 가능한 채소 위주로 길러 먹기로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농약 없이도 끝까지 버티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녀석들은 초반엔 기세등등하게 나를 안심시키는 듯하다가 후반 부에 온갖 벌레와 질병을 몰고 와 나를 좌절시키곤 한다.

 

상추, 치커리, 쑥갓 안심

농약 없이도 아주 잘 자라는 믿음직한 채소 군으로는 상추, 치커리, 쑥갓을 들 수 있다. 부추와 파는 이웃의 경험담상으로는 돌연히 훅 가기도 한다는데, 운 좋게 우리 밭에선 별 탈 없다. 방울토마토와 가지는 그야말로 믿고 심는 품목. 따 내도 따 내도 주렁주렁. 그러나 오이와 호박은 좀 까다롭다. 땅 힘이 부족하면 열매도 부실해 퇴비 넣기에 신경 좀 써야한다.

 

식탁위 으뜸 채소, 상추꽃의 단아함
식탁위 으뜸 채소, 상추꽃의 단아함

 

 

벌레보다 한 수 위, 고추는 일찍 얼려

우리 밥상에 가장 중요한 무, 배추, 고추. 얘네 들 처음엔 잘 자란다. 아침저녁 물주며 수없이 꾸었던 그 꿈. ‘올겨울엔 건강한 김장을 하리라.’ 아, 그러나 그 꿈 포기한지 오래 전. 단언컨대 아무리 유기농 재배라도 무 농약으론 어림없다. 배추와 무청은 그물처럼 얽어지고, 고추는 어디서 오는지 벌레들이 용케도 찾아와 다닥다닥 붙는다. 그래도 안심하고 풋고추 된장에 찍어 먹는 그 작은 호사는 절대 포기할 수 없어 고추는 매년 심는다. 그리곤 벌레나 질병이 오기 전까진 예의 주시하며 따먹다가 벌레나 질병의 조짐이 시작되면 모두 수확해 얼려버린다.

 

식탁의 여왕, 배추꽃의 황홀함
식탁의 여왕, '배추'꽃의 황홀함
만능요리 '무우'꽃의 청초함
만능요리 '무우'꽃의 청초함

 

 

 

치마잎과 하얀꽃, 당근이 당근

무릇 채소는 먹기 위해서 기르리라. 그러나 우리 밭엔 보기위해 기르는 채소도 있는데, 당근이 그렇다. 당근 어린잎은 자라서 충분히 넓어지면 마치 부드러운 레이스 같은데, 채소밭 테두리에서 그 잎들이 바람에 하늘거릴 땐 발레리나 치마 같다. 그러다 여름이 깊어지고 가을이 오면 꽃대를 올려 하얀 꽃을 피우는데 향기는 또 얼마나 향긋한지! 딱딱하고 별 맛도 없는 당근이지만 그 잎과 꽃 때문에 해마다 당연히 당근을 심는다.

 

 

건강 으뜸 부추, 하얀 꽃도 예뻐

아, 예쁜 하얀 꽃으로는 부추를 뺄 수 없다. 빽빽이 무리지어 하얗게 만발한 부추 꽃은 그 어느 화초 못지않게 예쁘다.

 

앙증맞은 부추꽃 군락,  밤이면 더욱 빛나
앙증맞은 부추꽃 군락, 밤이면 더욱 빛나

 

 

쑥갓꽃과 해바라기꽃, 닮았나 

꽃이 예쁜 채소로 쑥갓과 치커리도 있다. 쑥갓과 치커리는 봄 내내 잎을 따먹어도 여름이 깊어지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우는데, 쑥갓은 노랑 치커리는 보라. 꽃은 수수하지만 둘이 어우러지면 참 예쁘다. 어느 해 여름 우리 꽃밭 방문객중, 20대 후반 아가씨 한 명이 만발한 노란 쑥갓 꽃을 보곤, “어머나, 이거 해바라기 꽃이죠?” 난 당연히 농담인줄. 그러나 농담이 아니었다. 아니 쑥갓 꽃은 동전만하고, 해바라기 꽃은 커다란 접시만 하지 않은가? 어떻게 그 나이까지 해바라기 꽃 실물을 한 번도 못 보았단 말인가!   (산청, 별총총마을에서)

 

 

노란 쑥갓꽃속에 숨은 미인 보라 치커리꽃
노란 쑥갓꽃속에 숨은 미인 보라 치커리꽃

                                  

'쑥갓꽃',  해바라기꽃 닮았나요?
'쑥갓꽃', 해바라기꽃 닮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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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20-04-08 12:03:22
꽃소리씨는 교육자이자 귀농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