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이도 이제 '접시꽃 당신'
가든이도 이제 '접시꽃 당신'
  • 꽃소리
  • 승인 2020.06.11 09: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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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잔함이 '힘 '으로 다가와

                                                 접시꽃

 

                                                                               꽃소리(정원디자이너)*

 

이 세상 수많은 꽃 중, 내 꽃밭의 꽃들은 어떻게 나와 인연을 맺었을까? 이런 저런 추억으로 언젠가 꽃밭을 갖게 되면 키우려고 틈날 때마다 목록을 작성해 놓은 게 대부분이긴 하지만, 꽃을 좋아한 동네 아낙들의 추천, 인터넷 꽃 가게의 화려한 유혹 등, 그 동기 또한 꽤 다양한 것 같다. 그런데 접시꽃은 오로지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그 시 때문이었다. 그 시를 읽고 가슴 아리지 않은 여자가 있을까? 내 손으로 직접 접시꽃을 키우며 그 아픔 절절히 공감해보리라고 일찌감치 꽃 목록에 올렸던 꽃이었다.

 

검자주색 접시꽃의 포스

 

제법 넓은 꽃밭을 갖게 된 첫 해, 접시꽃의 생태엔 무지한 채 당연히 접시꽃도 심었겠다. 씨앗을 구입해 뿌렸더니 싹이 곧잘 올라왔다. 어디 그 뿐인가 다른 꽃에 비해 체격이 크다보니 큼직한 잎사귀도 하루가 다르게 풍성해져 갔다. 둥글둥글 빨간 꽃송이들을 매달 튼실한 꽃대를 기대하며 ‘접시꽃 당신’의 애절함은 잊은 채 마냥 신이 났었다.

 

애절했던 그 기다림

그런데 봉숭아가 피어도 채송화가 피어도 더 늦은 맨드라미가 피어도 접시꽃은 꽃대를 올릴 생각이 아예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잎사귀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잎은 더 무성해져갔다. 기다리다 지쳐 씨앗을 구입한 종묘상에 사진과 함께 질문을 올려도 ‘로제트 현상’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명쾌한 답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한나절 손품을 팔아 얻은 결론에 의하면 접시꽃은 씨앗을 뿌린 첫 해엔 꽃이 피지 않는다는 것. 에고, 그 해 결국 접시꽃 무성한 잎사귀 앞에서 애절했었다. 시가 아닌 나의 무지 때문에.

 

애잔함이 '힘'으로 다가오다

우리 시골집 진입 농로 입구에 한 무리 접시꽃 군락이 있는데 그 색깔이 검은 빛 도는 자주색이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가 접시꽃 필 무렵이었는데 그 검자주색 접시꽃 무리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난 그 때까지 검자주색 접시꽃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대부분 접시꽃은 빨강, 분홍, 흰색이다. 늠름한 그 자태에도 왠지 모를 애잔함이 느껴짐은 ‘접시꽃 당신’ 때문이겠지? 그런데 그 검자주색 접시꽃은 좀 달랐다. 뭐랄까, 아픔과 상처를 껴안고 사투를 벌이다 결국은 이겨내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내 꽃밭 접시꽃 못지않게 그 꽃들도 보살피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건 우리 가든(진돗개)이도 그 접시꽃을 좋아한다는 것.

 

 그 애잔함!

 

잎, 사랑하니 맛있다!

꽃밭일이 끝난 저녁 무렵이면 가든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는데 그 산책길에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 바로 그 접시꽃 앞이다. 전 날 비바람에 쓰러진 접시꽃을 일으키고 있던 어느 날 자꾸 어디서 “사각 사각” 소리가 났다. 가만히 보니 가든이가 접시꽃 잎을 뜯어 먹고 있었다. 어? 그야말로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그 날이 처음이 아닌 듯 여기저기 흔적이 있었다. 내가 꽃 보는 동안 가든이는 잎사귀를 뜯어 먹었나는 건데, 참 신기했다. 요즘도 접시꽃 앞에 가면 꼭 조금은 뜯어 먹는다. 왜 먹을까? 내 생각엔, 충성심 강한 진돗개 인지라 주인이 유난히 관심을 갖는 꽃이니까 도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그러나 도무지 검증해볼 길은 없다(산청 별총총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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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20-06-11 09:40:01
꽃소리씨는 교육자이자 귀농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