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시간이 따로 있겠냐만은,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닌 것같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장기전으로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시국에 일상 자체가 건조해졌지만, 우리의 일상이 살았던 ‘그 가을’을 떠올리면, 가을은 세상을 만나는 계절이었던 듯싶습니다. 근교 나들이, 단풍 구경, 어딜 가도 세상 구경하기 참 좋았지요? ‘독서의 계절’이라는 그 타이틀은 겨울에 주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가 정해놓은 규칙인지는 모르겠으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일을 하러 가고 또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는 하루하루를 가만히 보아하니, 행동의 범위만큼이나 생각의 범위 역시 매일매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몸 가는 대로, 시간 가는 대로 흘러가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성찰 없는 반복된 일상의 누적된 시간을 나도 모르게 차곡차곡 쌓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면 2가지의 메시지가 비집고 들어옵니다. ‘온전한 나의 시간을 가질 것’, ‘책을 읽을 것’입니다.
시간 때우기 좋은 제3자의 가십거리는 더 이상 흥미롭지 않습니다. 하루 24시 중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없이 하루를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간을 누군가의 뒷모습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도 되었습니다.^^) 이제는 물질만큼이나 시간이 귀하고, 이 시간을 누구와 나눌 것인지에 대해 기준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지금이나마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두 번째, 책을 읽을 것. 독서교육을 업으로 삼는 사람 중에 한 명이지만 정작 저는 책 읽을 여유가 통 없었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읽어야 될 책들을 우선적으로 읽어낼 뿐, 저를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생각해볼 수 있는 책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를 객관화하며 바라볼 수 있는데다, 개인의 성장을 도우면서도,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도구 중 하나가 책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렇듯 겨울은 생명체의 움직임을 둔하게도 만들지만, 고요하고 정적감을 주어 시간을 느끼기에 참 좋은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