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함의 의미
장마가 끝난 뒤 찾아온 찜통더위, 농장 일은 새벽에 잠시만 하고 쉬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어 시간만 일하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말 그대로 “후텁지근함”을 몸으로 느낀다. 그런데 벌지기들은 오히려 이 후텁지근함을 기다린다. 날씨가 후텁지근해야 꿀이 나오기 때문이다.
밤꿀까지 끝난 지금은 산야에 변변한 꽃이 없어 꿀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날씨가 무더우면 나뭇잎에서 나오는 감로꿀(Honey dew honey)이 있다. 더위에 반응하여 나뭇잎에서는 감로(甘露, Honey dew)라는 달달하면서 끈적거리는 신비한 물질을 분비한다. 꽃꿀 없는 산야에서 벌들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감로를 발견하고 이들을 물어오는데 많이 들어오면 벌집이 철철 넘치게 된다.
그래서 벌지기들은 후텁지근함을 기다린다.
이 후텁지근함은 생명의 한 표징인 듯도 하다.
후텁지근함 속에서 밤송이들이 자라고 있으며, 올해 처음 심어본 하늘마 넝쿨에서는 어느 새 열매가 맺혔다. 벌통 옆 풀숲에서는 방아개비들이 크고 있다. 온도와 습도가 동시에 높은 상태에서, 즉 후텁지근할 때 생명들이 자란다.
사실 아까시 꽃이나 밤 꽃도 날씨가 후텁지근해야 꿀샘이 열린다. 후텁지근할 때 자연의 화학 공장이 잘 돌아가는 모양이다. 인간 세상에서도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지는 주방에는 습기가 자욱하고 뜨거운 불길이 일렁인다.
벌지기 농부로 살다보니 이 후텁지근함이 매년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고역이 아니라 풍성한 수확을 위하여 고대해 마지않는 자연의 마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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