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축소판 양봉십결(1) 부득탐성, 욕심내면 실패한다
인생 축소판 양봉십결(1) 부득탐성, 욕심내면 실패한다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2.11.01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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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봉십결: 양봉과 바둑의 전략은 닮았다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양봉에 입문한지 벌써 5년이 되었다. 그동안 벌들과 함께 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벌을 키우는 일이 바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모두 인류의 오래된 문화이자 기예라는 공통점이 있다. 바둑은 지식인들의 놀이라서 그런지 많은 가르침들이 문자화되어 있고 그중에 특히 ‘위기십결(圍碁十訣)’이 유명하다. 위기(圍碁)는 바둑의 다른 이름이니 ‘위기십결’은 바둑을 잘 두는 열 가지 비결 혹은 전략이다. 젊은 시절 바둑에 심취한 적도 있어서 위기십결의 교훈도 알고 있었다. 양봉을 하면서 우연히 위기십결을 다시 곱씹어보니 그 전략과 가르침이 양봉과 너무 닮아서 놀랬다. 둘 다 인생의 축소판이라서 그럴지 모른다. 학업, 정치, 기업 등 인간의 모든 분야에도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양봉에도 양봉인들 사이에 떠도는 격언과 가르침이 있지만 바둑만큼 체계적이지 못하다. 아직 누구를 가르칠 만한 처지는 아니지만 양봉을 하면서 느낀 작은 깨달음들을 위기십결에 비추어 한 번 적어보고자 한다.

제1결: 부득탐성(不得貪成)

- 욕심을 내면 성공하지 못한다

위기십결에서는 부득탐승(不得貪勝)이지만 양봉은 뭘 이기는 것이 아니므로 성(成)으로 한 자를 바꾸어 보았다. 위기십결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큰 가르침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시작하면 욕심부터 낸다. 그러나 인생이 그리 녹록치 않아서 욕심부터 내면 성공하기 어렵다. 바둑은 실력이 엇비슷한 사람끼리 겨루는 것이라 더 어렵다. 정수를 두다보면 점점 승리에 가까와지는 법인데 욕심을 부리고 무리수를 두면 진다. 최근 벌어진 말도 안 되는 이태원의 비극도 새 정부가 기본부터 챙기지 않고 급하게 지지율 올리는데 골몰하다보니 발생한 대참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무고한 희생자들이 안타깝다. 바둑에서는 ‘묘수로 이기기보다는 악수로 진다’는 말이 있다. 기본부터 챙기면 반드시 기회가 올 터인데도 그걸 못 참고 덤벼서 결국 망하게 된다.

양봉에서 욕심을 부려 실패하는 경우는 많지만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양봉을 처음 시작할 때 사람들은 벌을 두어 통 가져다 놓으면 벌들이 저절로 클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벌도 가장 싼 벌을 산다. 그러나 일 년도 지나지 않아 후회를 하게 된다. 싼 벌은 건강상태가 안 좋아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특히 관리 기술도 잘 모를 때라 잘못하면 다 죽이고 후회하게 된다. 벌을 살 때는 비싸더라도 가장 좋은 벌을 사야 한다. 그렇게 해도 처음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또 한 가지 많이 저지르는 욕심은 벌을 빨리 늘리려 하는 것이다. 벌은 봄철이면 엄청나게 번성하므로 한 통으로 서너 통까지 늘릴 수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쪼갠 벌은 금방 약해져 망할 수 있다. 또 양봉에서는 때에 따라 벌집 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일(증소增巢 또는 축소縮巢라 한다)을 잘 해야 하는데 초심자일수록 축소는 안하고 증소만 하려 한다. 반면 고수들은 축소를 잘 한다. 벌들은 밀집시켜 주어야만 건강하고 세력이 늘어난다. 하지만 벌수에 비하여 집이 너무 너르면 금방 약해지고 만다. 따라서 고수들은 줄이는 것이 곧 늘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초심자들은 눈앞의 벌통 숫자에만 집착하여 벌들을 점점 약하게 만들고 결국 망하게 된다. 그래서 양봉가들은 ‘벌통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다. 축소하여 강해진 벌 무리는 이듬해 봄에 엄청나게 늘어나지만 헐렁하게 키운 벌들은 월동을 하기도 힘들고 월동을 하더라도 세력이 늘어나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여 내실을 기하면 힘을 응축할 수 있지만 겉보기에만 집착하면 금방 변고가 생겨 무너지게 된다.

이 원리에 비추어보면, 이를테면 대통령실 이전이 뭔가 멋져 보이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순식간에 앞당기는 신의 한수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기본이 무시된 조급하고 무리한 정책이었기에 그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이는 최악의 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욕심을 내면 성공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둑과 양봉의 첫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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