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십결: 양봉은 인생의 축소판
제2결: 입계의완(入界宜緩) -상대방의 세력권에 완만하게 들어가라
위기(바둑)십결의 두 번째 전략 "입계의완(入界宜緩)"은 상대방의 세력권에 들어갈 때는 완만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상대의 세력권에 너무 깊이 들어가면 대마를 죽이거나 대가로 세력을 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방심할 만큼 부드럽게 들어가서 세력을 지우고 교란시키는 고급 전략이기도 하다.
양봉에서 ‘입계의완’은 사람이 벌을 다루는 기본 전략이다. 양봉은 인간세계와 벌들의 세계를 넘나드는 일이다. 양봉가들은 벌통을 열면서 벌들의 신비한 세계로 들어간다. 벌통을 열 때는 훈연기(연기 발생 장치)로 연기를 뿜어 벌들을 조용하게 하는데, 이것도 ‘입계의완’의 전략이다. 외적이 침입하면 벌들은 경계 페로몬을 분비하여 서로에게 알리고 일제히 방어와 공격 활동하게 되는데 연기 냄새가 소통을 차단한다. 개별화된 벌들은 얌전해지고 이 틈을 타서 양봉가들은 벌들을 보살피기도 하고 꿀 따는 작업도 한다. 이런 전략이 인간의 정치에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경우든 벌들을 부드럽고 완만하게 대한다. 이것이 양봉의 기본이다. 양봉가들은 벌들을 아기처럼 다루라고 한다. 여자처럼 다루라고 하기도 하지만 여성 양봉가들은 남자처럼 다루라고 하지 않을까. 여하튼 벌들은 부드럽고 완만하게 다스려야 벌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고 잘 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벌들을 함부로 대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벌들은 맨 먼저 말 그대로 봉기(蜂起)한다. 잘못 건드리면 벌들이 일제히 일어나 덤벼드는 것이다. 수 만 마리 벌 무리가 한꺼번에 일어나면 어떤 맹수보다도 무섭다. 벌을 돌보다가 실수로 벌집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그런 일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이 되면 훈연기도, 방호복도 소용없다. 잠시 도피하는 수밖에 없다. 벌들이 힘이 있을 때는 봉기를 하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질병, 영양부족 등으로 세력이 약해져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면 벌들도 집을 나간다. 요즈음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꿀벌실종현상(미국에서는 봉군붕괴현상이라 한다, 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의 원인일 수 있다.
벌의 행동양식에서 유래한 봉기(蜂起)라는 말은 민중이 권력에 저항하는 행동을 가리켰다. 민중봉기, 동학 농민봉기 등. 요즘에는 대신 집회나 시위 같은 용어가 쓰인다. 봉기라는 말은 인권이 있는 사람을 벌(벌레)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도 권력의 주체인 국민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만 취급하려는 세력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 결과는 무섭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잘 대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양봉십결의 두 번째 비결은 벌들을 느긋하고 부드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