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게 결정하라
양봉십결- 양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새해가 밝았지만 벌들은 겨울잠을 자고 있다. 진짜 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 뭉쳐 꼼짝 않고 추위를 견디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 양봉가들도 모처럼 쉬는 중이다. 입춘이 지나면 다시 바빠질 것이다. 금년에는 또 어떠한 위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사실 월동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위기는 시작되었다. 전국적으로 벌들이 이상하게 사라져 금년 봄에는 벌이 엄청 귀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인간들은 코로나 때문에, 벌들도 알 수 없는 실종 현상 때문에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아마도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와 세계화이겠지만.
제6결 봉위수기(逢危須棄) -위기를 만나면 버리라
위기가 다반사가 된 세상에 “봉위수기(逢危須棄: 위기를 만나면 모름지기 버리라)”라는 가르침은 어떤 의미일까? 위기를 만나도 절대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위기십결에는 버리라는 가르침이 세 가지나 된다. ‘새끼(돌)를 버려서라도 주도권을 잡아라’,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위기를 만나면 버리라’ 한다. 위기십결의 전략이란 결국 이기기 위한 전략이다. 이렇게 버림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도 버리지 않으려는 집착 때문에 큰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아서가 아닐까? 위기를 만나서도 어떤 부분을 버리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양봉에서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말벌들의 공격으로 일부 벌들이 초토화되어도 남은 벌들은 동료들의 희생 덕에 살아남는다. 콩을 세알씩 심어 한 알은 새에게, 또 한 알은 벌레에게 주고 나머지 한 알만 사람이 차지하는 전략과 같다. 크게 보면 공생(나눔)의 전략이다. 코로나도 결국 위드 코로나 전략으로 해결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박멸하려는 제로 코로나 전략은 실패했다. 혼자 다 먹을 수 없고, 항상 다 이길 수 없다.
제7결 신물경속(愼勿輕速) -신중하게 결정하라
이렇게 다 먹으려는 집착을 버리고 좀 더 큰 차원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봉위수기’ 전략의 요체일 것이다. ‘봉위수기’ 다음 전략은 “신물경속(愼勿輕速)”이다. 경솔하게 결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양봉에서도 쉽게 결정해놓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편견 없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버리라’라는 가르침이 있다 해서 생각 없이 막 버려서도 안 된다. 이 “버리라”와 “신중하게”라는 두 가르침을 새해 마음가짐의 하나로 삼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