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었으되 꿀이 없다
꽃은 피었으되 꿀이 없다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3.04.24 0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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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들이여, 왜 그리 빨리 피는가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빨리 피었던 벚꽃들이 어제 내린 봄비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비오기 전에 이미 떨어진 벚꽃 잎들이 봄에 가장 먼저 핀 산수유 꽃 밑으로 흩어져 있었다. 며칠 전에 다녀온 군산에서는 수도권보다 조금 덜 핀 벚꽃들이 새빨간 동백꽃과 어우러져 있었다. 사람들이 심은 왕벚꽃이 피고 일주일쯤 뒤에 피던 산벚꽃도 이번에는 거의 동시에 피어버렸다.

 
 
 
 

원래 산야에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은 봄에 막 깨어난 벌들이 기운을 차리고 새로운 번식을 시작하는 생명의 양식이었다. 그리고 이때가 되면 벌지기들은 벌통 앞에서 달콤한 벚꽃 꿀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아니다. 꽃은 피었으되 꿀이 없다. 그동안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지만 올라가는 기온에 못 이겨 급히 꽃을 피우다 보니 나무들도 단물까지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벚꽃꿀이 많이 들어오면 벌들이 먹을 만큼 남겨두고 조금씩 따서 그 독특한 향기 나는 꿀맛을 보는 것이 벌지기들의 작은 즐거움이었는데 올해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벌지기들의 작은 즐거움이 박탈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벚꽃 꿀을 먹지 못한 벌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양봉벌들은 그나마 대체 식량을 제공한다 해도 수많은 야생벌들은 어떻게 될까. 뒤늦게 땅속에서 나온 야생벌들은 벚꽃을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헤맬 것이다. 또한 벌들의 화분매개 서비스를 받지 못한 벚나무는 버찌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하고, 버찌를 먹고 사는 새들의 식량도 부족해 질 것이다. 너무 빨리 피는 꽃, 그것이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뜰에는 벌써 라일락꽃이 피었다. 벌들이 별로 좋아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 향기는 일품이다. 유럽(라틴)에서는 라일락꽃을 리라꽃이라 한다. 여러 노랫말에 나오는 그 리라꽃. 그래. 벚꽃은 갔노라, 리라꽃 향기라도 전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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