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제국 건설, 분봉
벌들의 제국 건설, 분봉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3.05.10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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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나의 봉장에서도 봉군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벌 무리들은 생명의 약동을 보여주고 있다. 한줌의 벌만 남아도 새로운 벌들의 제국이 다시 건설되리니.

백화가 만발하는 봄은 벌들에게 번식의 계절이다. 벌 집단이 번식하는 방법이 분봉이므로 봄은 분봉의 계절이다. 자연 상태에서 분봉이란 벌 무리의 세력이 커지면 기존 여왕벌이 새 여왕벌에게 벌들을 물려주고 자기를 따르는 무리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다. 반으로 줄어든 벌들은 세력이 회복되면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고 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양봉가들은 이 과정을 인공적으로 수행하여 벌을 늘린다. 꿀을 많이 따려면 분봉을 일부러 늦추어 봉군의 세력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이때 벌지기들이 새 여왕벌이 자라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아차 하면 자연 분봉이 나고, 나가버린 분봉군을 잡지 못하면 벌의 반을 잃어버리게 된다.

2023.4.24 양봉가 김승윤

 

어제는 자연 분봉 현상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분봉군을 다시 잡아 오는 행운을 누렸다. 생명이 충만한 하루였다. 봉장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서 밖으로 나와 보니 벌통 하나에서 벌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하늘이 새카매지다가 다시 환해졌다. 분봉이 나버렸구나! 그렇게 자세히 내검을 하면서 왕대를 따주었는데도.

본봉군은 일단 나오면 근처의 나무 같은 곳에 뭉쳐 함께 머물면서 새로운 삶터를 물색하게 된다. 이때가 찬스다. 농장 옆 매원의 매실나무 줄기에 벌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빈 벌통을 가져와 나무 밑에 놓고 털어서 분봉군을 잡았다. 분봉군은 사납지 않다. 새 보금자리를 찾을 때까지 먹을 꿀을 잔뜩 담고 길을 나섰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하고 순하기 그지없다. 혹시 우연히 나뭇가지 등에 뭉쳐 있는 분봉군을 발견하시거든 두려워하지 말라.

잡아 온 봉군을 정리해 보니 소비(낱 벌집) 다섯 개를 넣어도 오히려 벌들이 넘치는 큰 봉군이었다. 잃어버릴 뻔했던 봉군을 다시 잡아 오니 재산이 늘어난 것처럼 기분이 좋다. 사실 올해는 꿀을 따기보다는 벌들을 늘리는 데에 힘을 써야 한다. 뜻하지 않은 이 분봉 사건은 새롭게 제국을 건설하라는 표징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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