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이하 모든 이 존칭 생략)은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과 경제 대통령 박정희에 이어 우리나라 정치 민주화의 초석을 놓은 분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은 양김으로 대별되는 김영삼ㆍ김대중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하고 김영삼보다 김대중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민주화 개혁의 성과물만 보면 대부분이 김대중 아닌 김영삼 업적이다. 따라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가치적 측면에서 한국 민주주의 신장은 김영삼이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삼은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를 기치로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ㆍ 지방자치제와 선거공영제 실시,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등 국가적 대과업을 이룩한 분이다.
임기 후반 외환위기는 개방경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외환 관리 시스템이 미비되어 일어난 것으로 향후 외환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후임 대통령 때 외환위기가 쉽게 극복될 수 있었던 것도 김영삼대통령이 재정건전성 기조를 확고히 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마치 김영삼 대통령이 한보 사건 등 부정부패의 온상인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당시의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였기 때문이라고 재평가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수 차례 재정 개혁을 통해 국가부채를 잘 관리해 곳간을 튼튼히 채워 두었기 때문에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 투입이 가능해 위기 극복을 빨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최근 5년간 국가부채를 폭증시켜 국가 곳간을 비워 둔 사례와 크게 대비된다.
외환위기 극복의 치적을 후임 대통령의 공로로 돌리고 김영삼을 마치 한국 경제를 망친 장본인으로 내몰았는데, 실상은 임기말이 아니라 임기중에 외환위기가 발생해 김영삼이 직접 환란 수습까지 할 수 있었다면 후임 대통령보다 훨씬 더 적은 돈으로 더빨리 환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2차 협상을 꺼내 김영삼이 IMF 수장과 막후 협상했던 조건들을 모두 파기시켜 환란 극복 시간이 더 걸리고 돈도 더 많이 들었다(2021년 10월 원고 임창열과 피고 최양부 민사소송 기록 참조).
흑역사이자 논란이 많은 김영삼의 5ㆍ18특별법 제정도 김영삼ㆍ노태우ㆍ김대중의 야합이라고 혹평하는 역사학자도 있지만 잘못 알려진 부분도 없지 않다. 김영삼이 위헌적 법률이라고 끝까지 5ㆍ18특별법을 거부했으나 검찰 수사로 철저히 규명되지 않았던 초대형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대선자금 수사까지 언급되는 등 압박에 못 이겨 지역통합 차원에서 전라도 예산 20% 증액과 함께 극적으로 타결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부산이 낳은 위대한 정치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기념관(이하 기념관) 건립을 위해 부산시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모두 3 차례의 토론회를 가졌지만 일부 시민들이 갖은 이유와 핑계로 단독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거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진척이 느리다. 부산은 3분의 대통령과 3분의 국회의장을 배출해 낸 명실공히 정치도시다. 부산 출신 대통령인 김영삼ㆍ노무현ㆍ문재인을 한 자리에 모시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각자의 역사적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의 주장대로 항쟁 주역인 시민들을 부각시켜 5ㆍ18 광주 민주화처럼 부마항쟁을 기념하는 민주역사기념관 건립은 역사적 의미가 적고 김영삼 기념관 건립시 부마항쟁 부문도 포함시킬 수 있으므로 크게 쟁점은 되지 않는다.
국가와 사회의 정상화를 위해 당시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 척결과 군의 정치개입 차단 등 불합리하고 낙후된 관행과 규범을 개혁하여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이 김영삼 대통령 때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고속기간통신망 인터넷망도 80~90%는 김영삼 정부때 달성했을 뿐 아니라 KTX와 인천공항 건립 추진 등 경제 분야 발전의 초석도 그 때 다져졌다. 또한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해 여성의 취업과 승진 차별 철폐를 위한 성평등 사회적 성장의 계기도 김영삼 대통령이 만들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개혁'은 우리 대통령 역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과 박정희대통령의 '경제발전'이라는 하드웨어적 업적에 비견될 만한 소프트웨어적 업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함성득 교수 논문).
그렇다면 김영삼 기념관은 어디에 지어야 할까?
부산시안을 보면 부지가 현 대청동 민주공원 인근이다. 이곳은 접근성이 나쁘다. 시민들이 누구나 쉽게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평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제고되었으면 한다. 건물만 하나 건립하는 기본적 설계에서 벗어나 기념관과 정원을 함께 조성하는 부산시의 발상 전환이 요구된다. 가장 좋은 적지는 2030월드엑스포 때 K-Culture와 K-Democracy를 모두 홍보할 수 있는 오페라하우스 옆 북항 랜드마크 부지(현 야생화단지)라고 볼 수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매각공고를 냈으나 2차례나 유찰되었다. 국비와 시비로 이 부지를 매수해 기념관을 짓고 나머지 부지는 정원을 조성하여 부산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되었으면 한다.
21세기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는 관광이 주요 산업인데 부산시는 관광을 촉진할 생태ㆍ 역사 ㆍ문화에 투자하지 않고 있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본지는 북항 랜드마크 부지에 초량왜관 건립을 제안한 적이 있으나 초량(부산)왜관 건립은 다른 후보지를 추후 모색해 건립하면 된다. 김영삼 기념관과 초량 왜관 건립은 부산의 역사를 체험하는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영국 윈스턴 처칠 기념관과 미국 조지워싱턴 기념관, 링컨 기념관을 보면 모두 공원 속의 기념관으로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엑스포 유치 희망도시, 부산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김영삼 기념관 조성부터 공원을 함께 조성하여 글로벌 관광도시로 거듭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