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밭을 채소밭으로
돌밭을 채소밭으로
  • 김승윤
  • 승인 2023.11.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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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유기농 자격증 취득조경학 박사 농부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새로 옮긴 벌터에 아주 조그만 텃밭을 만들었다. 크기는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 즉 2평방미터(0.6평) 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 텃밭을 만드는데 거의 한나절이 걸렸다. 산비탈인 이 터에 돌들이 너무 많아서이다. 큰 돌, 작은 돌, 돌 반 흙 반이다. 호미로는 턱도 없어 작은 곡괭이도 구입했다. 캐낸 엄청난 돌들을 보니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돌 많은 밭을 일구면서 겪었을 고초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듯하다. 밭 옆에 무심히 서있는 돌담과 돌탑들은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이다.

돌밭을 텃밭으로 만들다

돌 대신 채소가 주인

 

이 작은 텃밭에 우선 급한 대로 철지난 배추와 상추 모종을 심고, 월동 시금치 씨를 뿌렸다. 늦었지만 약 달포를 키울 수 있는 배추와 상추를 수확한 후 남겨둔 시금치와 봄동 씨앗을 더 뿌릴 예정이다. 사실 이렇게 작은 텃밭에는 파나, 부추, 깻잎 같은 양념 식물이 제격이다. 하우스 바로 앞에 있으니 오며가며 수시로 돌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푸성귀라도 항상 자라게 해야 할 터이다. 그렇게 자라게 될 채소들은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울 것이다.

언젠가 젊은 시절, 도시의 단독주택을 빌려 살림을 시작하였을 때다. 그 집 유리창 앞으로 작은 화단이 있었는데, 잘 가꾸지 않아서 잡초가 무성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부모님이 오셔서 그 화단을 일구어 배추를 심어놓으신 것이 아닌가. 그때 나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오랫동안 농사일을 하셨던 그분들이 채소를 심으신 뜻을 잘 몰랐던 것이다. 단지 땅이 아까워 채소를 심으신 것이었을까. 그 후 세월이 흘렀고 역시 도시에서이지만 텃밭 농사를 몇 년하고 나니, 텃밭의 채소가 커가는 모습이 꽃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지게 되었다. 꽃밭만 정원이 아니라 텃밭도 정원이다. 영어의 가든(garden)은 실제로 둘 다를 의미한다.

이렇게 작은 텃밭은 옛날 시골집들에는 대개 다 있었다. 장독대 옆 작은 공간에 이것저것 심어두고 부엌일을 하다가 필요한 푸성귀를 뜯어다 썼다. 우리의 어린 기억에는 그 텃밭도 제법 크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우리가 장성하여 객지에 살다 고향집에 가보면 어릴 때 살았던 집 자체가 너무나 작게 느껴지고 또 장독대 곁의 텃밭은 정말 쬐끄만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작은 텃밭에는 봉숭아도 몇 뿌리 예쁘게 피어 있었다.

이 작은 텃밭에 쌈지 텃밭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쌈지 공원이라는 용어도 있고 해서 생각해 본 것인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미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쌈지는 옛날에 담배, 부시, 돈 같은 물건들을 넣어가지고 다니던 작은 주머니를 말한다. 작다는 의미, 그리고 소중한 것을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간편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 쌈지 텃밭도 작지만 여러 가지 소중한 채소들을 가까이에서 길러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밭이다. 이 작은 텃밭에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피어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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