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나무 꿀, 6월에 만난 첫 기쁨
쥐똥나무 꿀, 6월에 만난 첫 기쁨
  • 김승윤
  • 승인 2024.06.06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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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선물, 쥐똥나무 꿀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유기농 자격증 취득조경학 박사 농부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유기농 자격증 취득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아까시 꿀을 따고 일주일도 안 되어 알 수 없는 꿀이 갑자기 들어왔다. 벌통에 제법 많이 차있는 이 꿀은 과연 무엇일까. 약 일주일 숙성된 후 농도를 확인하고 꿀을 따보니 맑은 아까시꿀과는 전혀 다른 검은 갈색이다. 밤꿀과 비슷한 색깔인데 이때 밤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맛을 보니 약간 엿같이 구수하면서 여러 가지 깊은 맛이 있다. 아까시꿀과도 다르고 밤꿀과도 다르다. 오히려 여름에 나는 감로꿀과 비슷한 맛이다. 무슨 꿀일까? 우리는 밀원을 잘 알 수 없는 꿀은 그냥 야생화꿀 혹은 잡화꿀이라 불러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편리하게만 살 수 없다. 알 수 없다면 물어보아야 한다.

주변에서 30여년간 양봉을 하신 선배 양봉가에게 물었더니 쥐똥나무 꿀인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 이곳 청계산 숲속에는 야생 쥐똥나무들이 제법 있다. 그리고 지금이 쥐똥나무 개화시기이다. 주변 숲속에 들어가 야생 쥐똥나무의 꽃 상태를 점검하니 꽃이 져가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 아파트 생울타리도 쥐똥나무라서 살펴보니 그곳은 이제 한창 꽃이 피고 벌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작은 나팔을 닮은 쥐똥나무 하얀 꽃에서는 진한 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야생종과 원예종의 차이인 것 같다.

쥐똥나무 꽃

쥐똥나무는 매우 흔한 울타리 나무이고 이름마저 지저분한 느낌이라서 그 진가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이름은 가을에 열리는 검은 열매가 쥐똥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 같다. 북한에서는 이보다 훨씬 근사한 “검정알나무”라고 부른다 한다. 헌데 이 쥐똥나무는 한방에서 매우 좋은 약재라고 한다. 남성의 강정에 좋다는 의미로 이 나무를 “남정목”이라 하고, 그 열매를 “남정실” 혹은 “남정자”라 하여 약재로 쓴다고 한다. 검색해보니 허약, 피로, 면역력 저하 등에 좋고, 또 신장, 고혈압, 당뇨, 항암에도 좋다고 되어 있다. 거의 불로장생의 영약이다. 다 믿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름 때문에 진가가 가려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쥐똥나무 열매

꿀은 식물의 생식기관인 꽃에서 분비되는 것이라 그 식물의 정화를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꽃에서 나오는 꿀이 열매의 색깔을 닮는 것도 그러한 생각을 하게 한다. 하얀 밤꽃에서 밤색과 닮은 밤꿀이 나온다. 쥐똥나무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나팔 같은 수많은 하얀 꽃에서 그 검은 열매와 닮은 검은 갈색의 꿀이 나왔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올해로 6년째 벌을 키우고 있지만 쥐똥나무 꿀을 직접 채취해본 것은 처음이다. 갑자기 한 사흘 만에 벌집을 그득히 채운 쥐똥나무 꿀은 정말 뜻밖의 선물이었다. 이 자연의 선물도 열심히 일하는 벌들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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